한국문학이란 무었인가? 이같은 제목의 글로 이글의 서두로 출발한데 대해 독자들은 어쩌면 고개를 저으리니, 무슨 이런 국문학 개론서에서나 나올법한, 그래서 생각해보면 사실 아닌 게 아니라 처음 문학에 매료되어 관심을 갖고 밤을 뒤척인 책들 중에 그와같은 질문이 있었으니, 대개는 답도 없고 해결도 없는 어느 한 시대의 스타일을 분석하면서 자기 자신의 문학관을 대변하는 정도로 끝을 맺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던 터, 그걸 본 독자들은 아, 결론도 없는 시답지 않은 이야기 또 누가 시작하는구나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그렇게 관념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적어도 분명한 한국문학의 기본성립 조건에 대한 성찰로서 한국문학이란 무었인가하는 질의에 대해 적어도 답을 줄 수 있는 그런 문제들에 관해서이다. 내가 보기에 때는 바야흐로 한국문학을 재정의 해야할 시기에 이르렀으니 그것은 그리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고 몇가지의 환상으로 시작되는 한국문학을 규정짓는 조건들을 반성하고 나서야, 아니, 극복하고 나서야 가능할 터인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잊고 있으니 시대가 혼돈의 시대니만큼, 말하자면 교통과 통신수단이 발전하고, 문화와 문화 간의 거리가 줄어들고, 국가와 국가 간의 막이 엷어지고, 언어와 언어 간의 장벽이 희미해지는 가운데 생겨난 과도기적 현상들로 인해서임이 분명한데, 이쯤 이야기 하니 서론이 좀 길어졌는 지 모르겠다. 각설하고,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보도록하자.

첫번째, 한국문학을 형성하는 조건중에 무었보다 한글로 쓰여진 작품이면 한국문학이라는 크나큰 착각이다. 달리 이야기 하자면 한국어로 쓰여진 작품이라야만 된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것이 틀린 말은 아니나 그것의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한국문학을 한글문화권의 테두리로만 한정시킨다면 얼마나 많은 한자-한문으로 쓰여진 우리선조들의 중요한 작품들이 사라져버리게 될 것인가. 간단히 예를 들어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향가, 시조, 가요, 등등도 후세인들이 한글로 번역한 것일뿐, 원전은 한국어 고문도 아니요 바로 한자로 쓰여진 작품이라는 것은 상식이며, 박지원의 호질, 양반전같은 작품은 특히나 19세기 말에 한문으로 쓰여진 작품이지만 국문학계에서 분명 이야기하듯이 20세기 초 순수 한글작품에 못지않은 자유분방한 개혁적 사고로 당대 양반계급 사회의 문제성을 예리하게 간파, 미래를 예보했던 작품으로서 우리 모두 익히 잘 알고 있는 사항이다. 그런가 하면 내 개인적으론 지난 몇해 전에 Belin 출판사에서 한국 현대시를 소개 번역했을 때의 일을 상기하면 또다른 한가지 반론을 추가할 수 있는 데, 그것은 다름 아닌 프링스 시인이자 빠리 8대학 교수였던 끌로드 무샤르(Claude Mouchard) 가 쓴 그 책의 서문에 관한 이야기다. 다시 말해서 이 잡지 뽀에지 (Po&sie n° 88, Editions Belin 1999)의 공동번역자이자 편집위원이기도 한 그가 한국현대시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의견을 피력한 글이 한국어가 아니고 불어지만 그것은 분명 마치 바로 위의 예에서 보듯 한국문학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한자-한문으로 쓰여진 수많은 다른 옛작품들처럼 한글로의 번역을 기다리고 있는... .

두번째, 한국문학을 가름하는 조건은 그럼 무엇인가? 바로 한국 사람이 쓴 작품을 한국문학으로 보는 경우가 그것일 것이다. 말하자면 한국사람이 한글로 썼건 영어로 썼건 불어로 썼건 중국어로 썼건 이 경우의 조건에 중요한 건 무조건 한국 사람이면 된다는 것이다. 그건 아마 한국국적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하는 식의 편협한 사고인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곳 빠리에서도 나를 포함하여 그런 몇몇의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아마도 인지상정의 일반적 인식이 기반이 된, 그러나 이 기준 역시 상식성 기준의 틀에서 그리 멀지 않음은 분명하다. 가령, 다음과 같은 질문. 즉 원래 외국사람이었는데 한국 국적을 취득한 다음 글을 쓴 경우, 그것도 한글이 아니라 자신의 원래 모국어로 글을 쓴 경우에 이것도 한국문학으로 봐야하는가와 같은 상황이 그것이다. 답변은 물론 쉽지않으리라,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사람이 쓴 글이면 다 한국문학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이, 그 역시 환상에 지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사람이지만 완전 한국의 현실을 외면하고 특히 한국문학사적 현실을 완전 무시하고 쓰여진 작품이 더러 있는 것을 보더라도, 특히 외국에서 사는 교포작가들 중에 그러한 문학인들이 불행하게도 없지않아 있는 것을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럼 세번째란 무엇인가 ? 바로 대한민국 땅에 살고 있는 한국사람이 한국어로 글을 쓴 작품들을 일컬어 한국문학이라고 정의하는 경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두 항목에 좀더 추가된 사실이 있다면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라는 물리적 지리적 개념으로서 분명 매우 일리가 있는 항목이 아닐 수 없다. 다시말해 대한민국 땅에서 살지도 않으면서- 한국적 삶에 대한 진실한 체험없이- 어떻게 한국독자들로 하여금 심금을 울릴 만한 작품을 쓸 수 있겠는가를 생각하면 금방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한국문학 현실에 대해 상업적 접근 내지는지적사기나 현학적 추상적인 사회현실 파악을 경계할 때 무엇보다 유효한 바로메터가 될 것이며, 분명한 것은 한국문학에 대한 작가의 성실성에 한 잣대가 될 수도 아울러 지적할 수가 있는 잇점이 있음 또한 명백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다시말해 이중 삼중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문학의 정의는 또 금방 그 울타리를 벗어나니 바로 세계각국에 펴져있는 해외 동포문인들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박상륭의 주요소설들은 대개 거의 해외에 (카나다)에서 쓰여졌지만 한국소설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치 으뜸가는 거장들의 한 사람인 것을 생각하면 한국문학을 한국어와 한국인이라는 일이차적 조건과 그 영토적 제한으로 묶는 태도는 또 당연히 부인될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문학은 대체 무었인가? 무었을 가지고 어떤 기준으로 한국문학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오늘의 한국문학이 이렇듯 여러조건들 속에서도 그 정체성 포착이 힘든 것은 역으로 이야기하면 한국문학이 그만큼 다양해지고 있다는 반증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본맥락을 상실하고 표류하는 상황속에 일시적 인기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작가들은 물론이고 때로는 지성을 꽤나 갖췄다는 작가들조차 문학인들의 자율성에 입각한 비평과 논의보다는 관료적 공식기구나 거대 매스 미디어를 이용한 광고 마케팅과 같은 상업주의적 저널리즘 속에서 자신을 일시적으로 보상받으려는 태도가 팽배한 가운데 한국문학이란 무었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꾸준한 깊은 사색이 없는 것은 여간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이 시대의 일반적인 자본주의적인 지배방식에 스스로 몸을 던져 함몰된 채, 그에 대한 별다른 생각없이, 마치 면경하여 자기 얼굴 들여다 보고는 나르시즘에 빠져 착각하는 것 이외에 무었이겠는가?

글쓰기는 그 자체로 고독한 행위로써 원래 자기 스스로 유형의 귀향살이적 상황임을 스스로 감내하고 받아들이는 행위이며 또 그래야만 참다운 시가 예술이 나오기 마련이다. 때문에 한국인이 외국어로 쓴 글인 경우-나 자신을 포함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왜냐하면 일단은, 위에서 보는 것처럼, 한국문학을 규정짓는 첫번째 조건인 한글에게 김 수영 시인의 표현마따나 여간 미안해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터에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않는 작가가 있다면 그건 작품을 보나마나 데뷰땅-초보자에 불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문학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는 작가들은 고로 외국문학에 대한 진정한 고민도 있을 턱이 없다. 즉, 다시말해서 로컬문학이 무었인지에 대해 머릿 속에 어떠한 번민이나 개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런 사람들의 문학은 한국문학이나 외국문학 그 양자 어떤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오히려 장애가 되기 쉽상이니, 그 이유인즉, 생각컨데 바로 한국문학의 범주를 지금껐 이야기해왔던 불가능한 형식적 기준 속에서만 파악하고 행동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말하자면 '내 작품이 한글로 쓰여있으니까, 내가 한국사람이니까, 내가 한글로 쓰고 한국 국적을 가졌고 내 작품이 한국에서 출간된 거니까' 자신 스스로가 한국문학을 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바로 그러한 때문에 한국문학이란, 그것이 만약 정의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리고 아주 명쾌히 한국 문학사에 참여하는 작품이 바로 한국문학임을 주장하고 싶다. 그것은 그러므로 눈에 보이지않는, 그렇기 때문에 당장은 확정적으로 그 가치를 알 수는 없으나 시간이 지나면 차차 드러나게 되는 추상적 정신적인 영역의 세계로써 김소월의 말을 빌리자면 혼에 가까운 것일 것이다. 확정된 보편성이 이미 전제된 작품은 그러므로 절대 아니요, 기존 작품에 대한 하나의 비판과 반성 그리고 문제 제기로서만이 비로소 가능한, 그래서 나는 이 자리를 빌어 또 다시 제안하건데, 세계 문화사적 맥락은 물론, 지식의 구조적 지형에서 여전한 인식론적 배고픔을 지니고 있는, -특히 요즈음의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을 보더라도 필요한 그리고 여전히 유효한 - "3.1 한국적 독립시론"에서 피력한 바와 같이 "각자선의 각선미", "화석의 각선미", "우리들 각자의 형용 찾기" 등등, 이른바 넓은 의미의 한국적 시학의 제시이자 새로운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부적의 시학", -"홈페이지의 시학"을 포함- 을 끊임없이 주창해오고 있는 바, 그것은 다름 아닌, '오늘날 한국문학이란 무었인가?' 에 대한 진정한 물음과 아울러, 기존의 문학 예술조건들이 품지못하는 그 모든 형식을 관통하고 싱싱하게 살아있는 작품들과 부합하여 미래를 향해 힘차게 활짝 열려있는 그런 문학의 도래와도 같은 것이라 할 것이다.